[세상사] 난 학벌을 따진다

(이 글은… 약 10년전 포스팅 했던 것을 찾아서 다시 올리는 글입니다)

요즘 20대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잘 안된다고 합니다.

하루 이틀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요즘은 그 정도가 정말 심한 모양입니다.

 

그래도 예전엔 명문대 졸업생들은 그나마 취직이 좀 되었는데, 요즘은 명문대도 소용없는 모양입니다.

어쩌면 명문대생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모자란 탓도 있겠지요.

 

어떤 어르신들은 그런 젊은이들을 탓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아직 배가 덜 고파서 그런거다, 백수로 노느니 차라리 중소기업에 취직해라…등등의 말씀입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내일 끼니가 걱정되면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고 무슨 일이든 하겠지요.

그리고 그 정도로 절박한 젊은이들은 백수로 놀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감히 장담합니다.

그래도 끼니 걱정은 덜하는 친구들이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시간을 더 투자하는 것이겠지요.

 

저도 처음에는 어르신들 말씀처럼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직장생활 딱 10년 동안 졸업 전과 달라진 가치관이 있다면 바로,

 

학생들이 졸업하고 취업 재수, 삼수를 하는 것도 인지상정이요,

기업에서 채용할 때 학벌이나 스펙을 중시하는 것도 인지상정이란 것입니다.

 

 

학생들의 입장

 

자본주의 체제가 고도화 되면서 우리 사회는 출발선이란 것이 매우 중요해 졌습니다.

 

인정하긴 싫지만,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유리한 출발선에서 시작을 하는 것처럼,

졸업 후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유리한 출발입니다.

 

우선, 소득이 다릅니다.

대기업의 군필자 대졸 초임 평균은 3천~6천만원 정도로 형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에 비해 중견기업은 2천~3천만원 정도입니다.

중소기업까지 가면 이보다 더 낮은 연봉을 받는 회사도 많을 것입니다.

 

그럼,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자수성가하여 30평짜리 집을 소유하는데 누가 더 빠를까요?

물어보나 마나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이 빨리 집을 사겠죠.

 

그럼, 첫 직장이 중소기업이었다가 나중에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람은 있을까요?

정말 능력이 뛰어난 사람 말고는, 거의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꼭 TV에만 나오고 제 주변엔 없습니다.)

 

마치 옷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끝까지 밀려 끼워야 하는 것처럼,

중소기업에서 시작한 사람은 대기업에서 시작한 사람과의 차이를 메우려면 정말 피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노력만 가지고 되는 것이라면 또 상관없습니다.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지기만 할 것입니다.

 

그러니 대기업에 취직하고 싶어하는 것이고,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서 각종 스펙 쌓기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취업 재수를 하든, 삼수를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단지 배가 덜 고프다…라는 말로 폄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분수에 맞지 않게 눈이 높은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만, 그런 사람은 극히 소수일 것이라 믿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인생을 좀 더 유리한 조건으로 만들려는 것 뿐이고,

그들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행동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기업의 입장

 

그런데, 가끔 학생들은 회사가 너무 능력이 아니라 학벌 위주로 사람을 뽑는다며 투덜거립니다.

저 역시 학생 때는 똑같이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0년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학생 때 생각했던 능력은 우수성, 성실성, 창의성, 융통성, 사교성 등 가능성이 풍부한 것이 능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문제는 이 가능성의 척도가 무엇이냐는 점입니다.

내가 우수하다는 증거,

내가 성실하다는 증거,

내가 창의적이라는 증거,

내가 융통성이 좋다는 증거,

내가 사교성이 좋다는 증거…..

 

이 증거!! 즉, 척도가 학벌과 스펙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이 우수하다, 즉 똑똑하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객관적 자료는 역시 성적 밖에 없습니다.

최종 학력인 대학 성적이 그 첫 번째 척도입니다.

하지만, 대학 성적만 가지고는 같은 대학, 같은 학과의 학생끼리의 척도는 되지만,

다른 학교, 다른 학과의 학생과는 비교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출신 학교를 보게 됩니다.

고등학교 때 성적이 우수했다면 명문대 학벌을 가지고 있을 테니까요.

수능 시험이라는 전국구 시험에 의해 동일한 기준의 레벨 테스트가 실시되고 있으니까요.

 

물론, 명문대가 아니더라도 우수한 인재는 있습니다만, 이를 증명할 근거는 보편적인 실적을 제시하는 수밖에 없죠.

예를 들면, 각종 대회 수상 경력 같은 것 말입니다.

 

이런 실적도 없이 자신이 우수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연예기획사 오디션 장소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오디션은 가능성을 보고 사람을 뽑을 수 있습니다.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은 언젠가 빛날 원석을 캐기 위한 광산과도 같은 것이니까요.

 

하지만, 기업의 채용은 원석을 뽑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채용은 일종의 부품을 뽑는 것입니다.

회사라는 조직에서 하나의 부품으로서 제 역할을 고장 없이 잘 해줄 사람을 뽑는 것이지요.

보석 같은 사람은 주로 다른 곳에서 사오더군요. ㅠ_ㅠ

 

성실성도 성적으로 판단합니다.

 

성적이 좋다는 건 그만큼 열심히 공부했다는 반증이니까요.

그리고 기왕이면 대학에 와서 정신차리고 공부 잘 한 사람보다는,

고등학생 때부터 열심히 공부한 사람을 선호합니다.

성실성은 일종의 습관과도 같은 것이니까요.

 

창의성은 가끔 면접 때 보는 것도 같은데, 일반 사무직 채용에 창의성은 참고용일 뿐입니다.

(물론, 광고회사 같은 곳은 창의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융통성, 사교성은 솔직히 실적을 제시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장교 출신은 가산점을 받는 것입니다. 군필자도 미필자에 비해 유리하구요.

군 생활을 무사히 마쳤다는 건, 조직 생활을 무사히 마쳤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으니까요.

 

장황하게 썼지만, 결국은 확률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우수한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우수한 신입사원을 뽑을 수 있는 체계적인 장치란 없습니다.

 

그래서, 회사는 가장 안전한 확률로 우수한 인재를 뽑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써,

학벌과 스펙이라는 것을 따지게 되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좋은 회사를 대기업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막상 다녀보면 이름값 못하는 대기업도 있습니다)

기업도 우수한 인재를 학벌과 스펙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막상 뽑아보면 실망스런 인재도 있습니다)

 

 

맺음말

(이 글은… 약 10년전 포스팅 했던 것을 찾아서 다시 올리는 글입니다) 

 

 

결론은 버킹검….이라는 유행어가 있었습니다.

결국은 기존의 생각으로 돌아온다는 씁쓸한 유행어지요.

 

사회의 학벌, 스펙 중시 풍조는 기업 혼자서 만들어낸 것이 아닙니다.

기업, 회사원, 학생, 학부모 등 모두가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자기에게 조금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 조금씩 움직이다 보니 이리 된 것입니다.

게임이론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것을 변화시키려면 어찌 해야 하는 지, 솔직히 저는 생각할 엄두조차 못 내겠습니다.

 

하지만, 기업, 학생 모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비판에 앞서 선택을 해야 합니다.

 

무엇을 바꿀 것인지…

그것을 바꾸기 위해서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버리는 것이 싫다면 어떻게 순응해야 하는지…

 

이러한 선택이 양자 모두에게 일치되는 지점을 찾을 때 비로소 이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끝~~~~

 

Ps.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제 글을 읽고 기분 나쁘신 분은 댓글로 욕하지는 말아주세요.

    누구나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다른 의견을 상대방에게 피력하는 것과,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